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 · (사)한국소비생활연구원장 김 연 화
새 정부에서 식품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하니 소비자 단체를 이끄는 사람에 앞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기대가 된다. 식품 안전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겠다는 인수위의 발표는, 그동안 혼란을 주었던 안전 체계에 대한 국민의 소통과 신뢰를 다지는 데에도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정부 당국은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어 국민이 먹거리를 앞에 두고 불안에 떠는 일이 없게끔 사전 예방과 사후 관리에 대한 철저한 의식과 신념으로 위해성 평가와 소통 관리에 혼신과 열정을 다해 주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나, 정부 조직에 대한 세부 설계를 할 때 다음의 사항은 꼭 감안하여 필요하다면 수정·보완이 되었으면 한다.
첫째, 소비자와 생산자 양측 의견을 감안하여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식품 안전 관리 체계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안전성·가격·품질 등 소비자 요구 수준과 생산자의 생산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여 실현 가능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철저히 관리해야만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10인 이하 사업체가 90%인 영세한 구조에서는 생산 업체에 대한 지도·지원이 중요하다. 적어도 단속·조사하는 관리 기능과 지원 업무는 같이 두어, 당근과 채찍을 통해 산업도 발전하고 안전성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한다.
둘째, 특정 식품의 위험 여부를 결정하는 '위험 평가', 이에 근거하여 정책을 만들고 운영하는 '위험 관리',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하는 '위험 정보 교류'의 세 측면이 제 역할을 다하도록 개편되어야 한다. 특히 위험 평가와 관리 기능은 서로 분리 운영해야 할 것이다. 위험을 평가하는 자가 현장에서 직접 관리까지 할 경우 자칫 신뢰성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축산 식품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축산 식품은 고단백 식품으로 유통 단계가 농산물에 비해 길어 쉽게 부패하거나 오염될 수 있다. 또한 가축은 광우병·탄저·AI 같은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원료로 하는 식품에 위해 사고 발생 시 역학조사에 의한 원인 규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농장 단계에서부터 질병 및 위생을 관리하고 있는 수의사 등의 전문가 조직이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하게 공급되도록 일관성 있는 관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