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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후진국이 아니다
작성자 : 명지대학교 조성경 교수(sobis@chol.com) 작성일 : 2020-03-18 조회수 :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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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후진국이 아니다

 

 

조성경 · 명지대학교 교수

 

소비자에게 전기를 파격적인 가격 심지어 무료로 공급할 계획을 아마존재팬은 세우고 있다. 전기가 아마존에코의 미끼상품이 될 모양이다. 아마존에코는 인공지능 스피커인 알렉사에 가전제품, 조명, 디지털 기기 등을 연계하는 절전형 스마트홈 서비스 상품이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아마존재팬이 전력시장에 뛰어들려는 것은 스마트시티를 겨냥한 미래 선점의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풍력단지의 모든 터빈에 달린 감지기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IoT 플랫폼에서 전력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방안을 스스로 찾아낸다. 터빈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유지보수를 권고하고,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면 터빈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다. GE는 이렇게 디지털 쌍둥이를 통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풍력발전의 최고 성능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에너지 분야가 분주하다. 에너지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포괄적 국력과 국민 삶을 떠받치는 초석이자 자산이다. 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하느냐 뿐 아니라 어떻게 연결하고 거래하며 소비하는가가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화를 향해 질주하는 미래 진화의 핵심이다. 그래서 에너지 분야의 보폭은 넓어지며 발걸음은 빨라진다. 기후변화라는 막강 상대를 만나 에너지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느라 이 분야, 저 기술과 협력적 도전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에너지 분야는 20176월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이후 싸움판으로 전락한 채, 파편적인 제도 땜질에 급급해 하며 늪에 빠져 있다. 에너지 관련 국가계획이 나올 때마다 데이터의 부재, 부정확성 등이 지적되고, 방법론의 신뢰성이 의심의 눈초리에 흔들리며, 절차의 정당성과 결정의 공정성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제도의 개선을 공지할 때마다 졸속과 강제에 대한 불만이 새어나오고 실효성에 대한 한숨이 터져 나온다.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낙인찍기가 풍년이다.

 

 

치고받고 속살 내보이고, 찢어지고 못을 박고, 네 탓 타령은 2년 반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늪을 박차고 나와야한다. 에너지 문제는 정확한 기초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 인력, 산업, 자연환경, 사회문화, 안전과 주권의 상호작용을 세심하게 고려한 정교한 판단이 필수다. 기후변화 지연과 적응에 주파수를 맞추고 에너지 문제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정확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기초역량을 갖춘 에너지정보 플랫폼을 다져야 한다. 다른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전기를 사고팔며, 쓴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전력시장을 설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부화뇌동하는 응성충을 뱉어내고 도덕성과 전문성에 뿌리를 두고 쓴 소리를 하게 해야 한다. 공무원이 일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이것만큼은 한 번 해보겠다고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결정이 까다로운 일을 여론의 옷 입힌 설문조사로 얼렁뚱땅 책임 떠넘기지 말고, 국민에게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하면서 미래를 떠받칠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전력수급계획 수립보다, 원자로 영구정지 의결보다, 녹색요금제도나 환경급전의 도입보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나 전기요금의 인상보다 백지에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하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 칼을 휘두르고, 비난과 비방만 일삼는 것, 현재를 과거의, 과거를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고, 예측이 어려운 미래는 아예 부존하는 것으로 밀어놓는 것, 그야말로 후진국의 전형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22위 국가다. U.S 뉴스와 와튼스쿨, BAV 그룹이 75개 매트릭스를 기반으로 총괄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이러한 대한민국이 후진국스러워서야 되겠는가.

 

 

 

* 출처 : 내일신문 칼럼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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