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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게는 책무가 없다
작성자 : 강창경 정책연구위원(sobis@chol.com) 작성일 : 2015-01-27 조회수 : 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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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에게는 책무가 없다
 
 
강창경(한국소비생활연구원 정책연구위원)
 
 
소비자는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 소비자기본법에서 소비자는 안전할 권리, 알 권리, 선택할 권리, 의견반영의 권리, 보상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단체활동의 권리, 안전한 생활환경의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정부와 사업자는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가 실현되도록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권리의 실현이 누구의 보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적극적인 역할이라는 사실이다.
 
 
소비자기본법에서는 이러한 의미를 반영하여 소비자도 일정한 책무가 있음을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소비자는 사업자와 더불어 시장경제를 구성하는 주체임을 인식하여 상품을 올바르게 선택하고 기본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여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행동과 환경친화적인 소비생활을 함으로써 소비생활의 향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소비자에게 권리에 상응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소비자는 자신의 권익을 위하여 단체를 결성하여 활동하고, 정부가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감시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의무의 이행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소비자는 사업자가 불법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항상 감시하여 자신의 안전과 권익을 지켜야 할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의 책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성격을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책무의 의의에 대하여 법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어 그 뜻을 정하기가 애매하다. 여기서 책무는 책임과 의무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책임은 의무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이 용어의 구성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신중한 검토를 하지 않고 일본의 법을 그대로 따른 결과이다. 그리고 책무의 성격에 대하여 이는 법규범으로서 가치보다는 교육적훈시적인 규범으로서 그 가치를 이해하여야 한다.
 
 
소비자의 책무는 규범성에 비추어 보면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책무에 대하여 법률적으로 의미를 두기 어렵다. 소비자가 그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을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책무의 내용도 강제성을 수반하는 법규범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현실에서 우려할 만한 경우로 사업자는 소비자와의 분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이러한 책무를 요구할 수가 있다. 소비자의 책무를 면책의 수단이나 소비자가 부주의하였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는 사업자도 있다. 일부 사업자는 법적으로 의미가 없는 과실 또는 오용에 대하여 소비자를 비난하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거래당사자로서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 이외에 별도로 책무를 부담시킬 수는 없다. 이를 부담시키려면 그 타당한 이념이 전제되어야 하고, 책무의 내용도 보다 구체적인 규범으로 명확히 하여야 한다. 소비자에게 이러한 책무를 부담시키는 이념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책무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할 수 없다면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사업자와 소비자의 권리의무에 대한 바른 해석과 시장의 안정을 위하여도 그러하다. 현재의 소비자기본법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의 책무를 규정한 것은 도가 지나치다. 요컨대 소비자는 상품의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을 뿐 어떠한 책무도 없다. 시급히 소비자기본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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