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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서는 한국사회―고쳐야할 음식문화] 매달 상암축구장 채울만큼 버려
작성자 : 한.소.연() 작성일 : 2004.08.03 조회수 : 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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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더위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30일 오후 10여명의 손님들이 왁자지껄 저녁식사를 마치고 떠난 서울 사직동 M 한정식집은 상을 치우는 종업원의 몸놀림이 분주했다. 반쯤 먹다 남긴 불고기,그릇마다 그득한 미역국,한 숟가락 퍼먹고 남긴 밥… 그릇을 나르는 종업원의 어깨가 무겁다. 한입 베어 문 수박이 남아있는 접시를 들어내자 멸치볶음,계란찜,김치가 수북이 담긴 반찬 그릇이 드러났다. 이날 저녁상에 올라온 반찬은 모두 19가지. 그러나 그중 깨끗이 비워진 접시는 수삼 꿀절임과 계란말이 2종류 뿐이었다. 청결을 제일로 여기는 이 집 사장의 지침대로 남는 음식은 모조리 음식물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한 직원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때 3분의 1정도가 다듬어 버려지고 상에 오른 음식 가운데 절반은 남는다”며 “결국 33%만 손님 입속으로 들어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수치로 본 음식물 쓰레기=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 양은 하루 평균 1만1397t이다. 10톤 트럭 1140대 분량. 이를 펼칠 경우 축구장(110m×70m)에 약 1.5m 두께로 쌓인다. 상암경기장 높이가 50m임을 감안한다면 한달에 한개꼴로 축구장을 가득 채울 만큼 음식물 쓰레기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음식물 쓰레기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4조7467억원에 이르며 이는 공해방지,문화시설,주택건설 등에 쓰이는 정부 예산인 ‘사회개발비’보다 1000억원 정도 더 많다.

1994년 하루 평균 1만8055t에 이르던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5년뒤 36% 줄어든 1만1577t을 기록했지만 99년 이후엔 전년대비 1.88% 정도로 감소율이 줄어들었다. 특히 2001년 1만1237t을 기록한 발생량은 2002년 1만1397t으로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푸드 뱅크’ 제도를 통해 전달된 남은 음식재료와 음식물은 99년 1018t에서 2000년 753t,2001년 731t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배출 장소별로는 가정이 3분의 2(66.7%)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음식점이 21.2%로 뒤를 이었으며 재래시장,구내식당,대형 유통업소 등의 순이었다. 종류별로는 채소류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과일류,곡류가 뒤를 이었다.

◇왜 낭비되나=지난 4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전국 11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9%(1078명)가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는 원인으로는 필요량보다 많이 조리(42.9%),무계획한 식품구매(28.2%),잘못된 음식보관(19.3%)가 꼽혔으며 가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가운데 ‘음식재료를 손질할 때 나오는 쓰레기’(51.4%),‘남은 반찬’(32.8%),‘상한 음식’(10.1%) ‘남은 밥’(4.6%)등의 순으로 발생량이 많았다.

이처럼 쓰레기가 생겨나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과도한 상차림’(33%),‘반찬수가 많은 한식문화 특성’(27%),허례적 접대문화’(22%) 등을 꼽았다. 지난해 8월 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과도한 상차림’(59.1%),‘허례적 접대문화’(20.0%),필요이상의 식품구매(19.7%) 등을 음식물 쓰레기 발생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인식과는 달리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9명꼴로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대답한 것과 달리 음식물 쓰레기 감량 노력을 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59.0%에 그쳤다.

특히 20대 이하에서는 36.4%,30대는 51.6%만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해 젊은 층의 참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중 50.5%는 ‘귀찮아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놓은 뒤 먹지 않고 버린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92.5%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자발적 참여만이 해결책=정부는 95년 음식물쓰레기관리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리대책을 마련한 뒤 이듬해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종합대책’을 추진했다. 남는 음식을 줄이기 위한 ‘좋은식단제’ 도입,남은 음식 싸주기 운동 등 개인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과 도매시장 쓰레기유발 부담금제도 등 쓰레기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자에 대한 절감 대책을 동시에 진행했다. 반배기(절반으로 양을 줄인 메뉴) 도입을 위해 장관 명의로 업주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강제 이행규정이 없는 정책들로 업주와 소비자들의 외면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쓰레기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운동 협의회 등 시민단체들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없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음식물 쓰레기를 직접 땅에 묻을 수 없게 돼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정수기자 jsun@kmib.co.kr

국민일보 2004. 8.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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