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 건강과 안전도 생각을
백병성 소장(소비자리더아카데미)
삶이 치열하고 점점 팍팍해지니 술 마실 기회가 많이 생긴다. 술이 고픈 소비자의 기분에 맞추어 시장에는 도수도 적당하고 입에 단 새로운 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순하면서 이름까지 매혹적인 새 술들은 음주 경험이 없는 청소년과 여성소비자까지 접근하기에 부담이 없다. 이것은 사회가 개인화 되고 술에 대해 관대한 문화가 어우러져 국민의 음주량을 늘게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청소년 음주률은 21.1%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음주는 하다보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과음에 이르게 되어 종종 사고가 나는데 음주를 처음 시작하는 청소년과 여성에게는 건강에도 큰 문제가 발생한다.
과음은 각종 질병 외에 교통사고, 폭력을 유발하고 자살과 타살 등의 원인이 된다. 119 구급대원에 대한 구타의 90%가 음주폭행이고, 강력범죄 중 음주상태로 인한 범죄비율이 30%나 된다. 세계보건기구의 2010년 자료에 의하면, 흡연으로 인한 사망과 장애가 2.7%인 반면, 3.5%가 음주로 발생하는 피해라며 음주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592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2.4%에 이르고 있다. 음주 때문에 생긴 피해는 외국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소비자가 마시는 술 중 도수가 높은 증류주로만 보면 한국은 세계 1위로 나타났다(WHO, 2011). 더구나 1인당 알코올 소비량도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OECD Health Data, 2012, 나라지표)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성인의 고위험 음주률은 남성은 2005년 23.2%에서 2009년 24.9%로 증가하였고, 여성은 같은 기간 4.6%에서 7.4%로 증가했다(보건복지부, 2010)는 보고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그림. 고위험 음주 유병율(%)>
자료 : 보건복지부, 2005, 2010
우리나라의 알코올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GDP 대비 약 2.8%로 이는 외국의 1.0∼1.9%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음주운전 이외 알코올로 인한 인명피해도 외국과 비교하여 높다. WHO의 2010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이 6.76%(남자, 13.1%, 여자 0.41%)로 WHO평균(전체 3.6%, 남자 6.3%, 여자 0.9%)보다 남성의 경우 2배 이상 높다. 음주관련사망률 또한 9.4명(10만 명당)으로 미국 4.5명, 캐나다 3명, 독일 4.8명, 뉴질랜드 3.3명과 비교된다.
당국은 몇 가지 청소년음주에 대한 규제나 음주광고 규제와 같은 소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음주로 인한 심각성에 비해 별반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정책을 좀 더 주밀하고 적극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음주에 대한 국민의 문제의식을 바꾸도록 정책을 전환하고, 일부 누락된 매체에 대해 광고규제기준을 설정한다. 그리고 음주 관련 치료 및 재활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주류에 대해서도 건강증진기금 등을 부과하여 이를 예방, 치료 및 재활에 쓰라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도 참고할 만하다. 엊그제 검찰총장은‘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게 하면 살인죄에 준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음주운전 동승자와 술을 판 사람에게도 형사상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다려 볼일이다.
정부의 정책보다 중요한 것이 소비자의 술에 대한 인식전환이고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애주가들은 모두 술에 대해 시민의식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음주로 인한 사고와 문제에 관해 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고 소비자 스스로 절주하는 문화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삶이 각박할수록 맑은 정신으로 건강과 안전을 챙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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