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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산물 가격상승, 현명한 소비로 대처하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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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연화 원장(sobis@chol.com) 작성일 : 2015-06-11 조회수 : 336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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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소비생활연구원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위원장
김 연 화 유례없는 가뭄과 이상 고온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요즘 ‘배추 가격 전년 대비 2.5배 치솟아’, ‘가뭄 피해로 채소가격 고공행진’ 등의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전년 동기와 대비,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보도하고 있다. 문제는 기상 호조에 따른 풍작과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 침체로,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전년 동기와 단순 비교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농산물 가격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기상조건에 따라 생산량 변동이 심하다. 그리고 생산이나 소비가 조금만 변화해도 가격은 크게 등락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대풍작과 함께 소비가 극도로 침체했던 지난해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농산물 가격을 이야기할 때에는, 그 특성을 감안하여 지난 5년간 가격 중 최고, 최소치를 뺀 나머지 3년 가격을 평균한 ‘평년 가격’을 쓰고 있다. 따라서 농산물 가격 비교 시에는 전년 가격이 아닌 평년 가격을 사용하여야 한다. 6월 중순 현재 농산물의 소비자 가격을 보면, 배추와 대파는 평년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마늘, 고추, 양파 등은 평년가격 수준이다. 토마토, 오이, 호박 등 과채류는 오히려 평년보다 가격이 낮다.
소비자는 기초생필품인 농산물의 가격 폭등 기사를 보면, 심리적으로 매우 민감해진다. 정보의 소통에는 진정성과 공감이 교류되어야 한다. 폭등한다는 배추가 우리 가계에 과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를 기준으로 6월 15일 현재 배추 소비자 가격은 포기당 3,500원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커피 2잔 가격에 불과한 1만원에 배추 3포기를 사서 김치를 담으면 4인 가족이 적어도 한 달은 먹을 수 있다. 또한 배추의 소비자물가 가중치는 1.7로서 스마트폰 이용요금 가중치 33.9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전국 1가구 1달 평균 소비 지출액 265만원 중 스마트폰 요금으로 9만원을 지출할 때 배추 구입비로는 4,500원을 지출한다는 것이며, 그만큼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식품의 소비패턴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가정에서 특정 요리, 특정 재료가 필수재가 되던 시대에서 배추와 무가 주된 식재료였다. 최근에는 다양한 신선채소를 활용한 샐러드용 채소의 소비가 늘고 있다. 퓨전식 식재료들을 활용하는 요리법들도 많이 개발되어 소비자의 입맛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소가족 형태에 적합한 소분량 포장, 대체 식품 활용 등으로 식품소비의 다변화도 하나의 흐름이다. 결국 한 가지 품목이 소비자 가계 경제에 결정타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시대적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저소득층일수록 가계 소득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엥겔지수)이 높다고 했지만, 이것 역시도 외식의 증가, 유기농 제품 등 식품의 고급화, 대체재 활용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방식의 식생활 패턴과 다른 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식생활 패턴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수급의 기준을 과거의 잣대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농촌의 근심과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심은 누가 어루만져 줄 것인가? 그래도 소비자는 우리 땅에서 우리 생산농가들이 정성껏 키운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와 기대치가 높다. 이럴 때 생산자·소비자가 상생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더욱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금 뜨거운 햇볕아래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만큼 농민들의 가슴은 더욱더 깊이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현명한 소비를 통해 어려움에 대처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선진 국민의 자세이며, 가뭄과 메르스로 어려움에 처한 농민과 내 가족을 위한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본 원고는 6월 26일자 중앙일보 비즈 칼럼에도 게재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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