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동안 엄마들이 모인 자리라면 어디에서든 '밤 사이 아이가 열 나면 큰 일' 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추석부터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까지 있다 보니 작금의 의료 대란과 응급실 뺑뺑이 논란에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지사. 더욱이 약국은 밤이면 문을 닫고, 편의점 상비약으로 살 수 있는 해열제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이 비단 근래에만 국한된 일이었나 싶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1년 365일 밤 사이 일어난 응급상황에서 상비약을 구하지 못하거나 응급실을 전전하며 곤란에 처한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필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가 도입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제도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을 간과할 수 없어 지난해 발족했다. 약사법 및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편의점 안전상비약은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에서 지정할 수 있으며, 3년마다 지정 품목의 재검토를 해야 한다. 하지만 법 시행 초기 13개로 제한된 품목 지정도 모자라 제도 시행 12년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품목 확대를 위한 재검토에 따른 조치가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은 것은 복지부의 업무 태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기존의 13개 품목 중 해열제가 4종에 이르는데 그 중 2종은 국내 생산이 중단된 제품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1개 품목만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 해열제는 밤 사이 병원, 약국에 갈 수 없는 국민이 편의점에서 가장 빈번하게 찾는 상비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복지부의 어떠한 조치도 없이 생산 중단된 지 2년의 세월이 흘렀다